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병언 사망과 관련하여 문국진 교수님께서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검시제도의 개선 관점에서 글을 쓰셨는데, 여러 분들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아 옮깁니다. 주위 여러분들에게도 권유하는 것도 좋겠고요.
모두들 더운 여름 건강하시고요
이숭덕 드림
[발언대] 변사 사건 해결에 검시의 제도 도입해야
문국진 고려의대 법의학 명예교수·대한법의학회 명예회장
입력 : 2014.07.24 03:02
경찰이 죽은 채로 발견된 유병언을 노숙자 변사 사건으로 처리하면서 초동 수사가 엉망이 됐다. 현재 변사체가 발견될 경우 대부분 경찰이 변사체 외부 상태만 보고 범죄 의심이 없으면 사인이나 사망 종류를 알 수 없는 상태라 해도 그대로 단순 변사 처리하고 있다. 나중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변사 사건도 이렇게 처리하다 초동 수사 잘못으로 이어진다. 국내 검시(檢視)제도가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사체 검시는 국민의 죽음에 대한 국가적 감시다.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기 위한 엄중한 사법 행위이기도 하다. 정확하고 공정한 사인 규명으로 국민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검시 목적이 있다.
그런데 국내 검시 내용을 보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검시 집행 책임자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검사다. 그러나 검사 수에 비해 발생하는 변사체가 많아 집행을 경찰관에게 위임한다. 실제 검시 집행 책임자는 경찰관인 셈이다.
검시 업무 성격상 의사의 검안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검찰에 제출하는 '검시 보고'에는 의사의 사망진단서 또는 시체검안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하므로 결국 검시 실무는 의사가 수행하고 있다.
변사자 부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검사나 경찰관 또는 의사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반드시 법원의 영장, 즉 허락을 받아 실시해야 하므로 부검 가부를 결정하는 이는 판사다. 검시가 이처럼 지휘, 집행, 실무, 부검 결정 등 네 개 직종으로 분산돼 있다. 그러다 보니 검시 원래 목적 수행은 잊은 채 자기 책임 모면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모순을 일찍이 경험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법의관(Medical Examiner·ME)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검시의 모든 과정을 법의학 지식과 경험이 있는 법의관 한 사람에게 전담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경찰과 함께 변사 현장에서 검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 이에 대한법의학회는 검시제도 후진성을 개선하고자 일정한 법의학 지식과 실무 경험이 있는 의사를 '법의학회 인정의'로 키웠고, 검시의(檢屍醫)로 활용하려고 준비 중이다. 궁극적으로 선진국처럼 법의관 제도가 필요하지만 우선은 검시의 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 그러면 변사 사건에서 초동 수사에 실패하는 일이 확연히 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