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4일 금요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검시를 위한 법의관 자격 및 직무에 관한 법률안 제정 촉구 국회토론회(약칭 법의관법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대한의료법학회 및 한국민사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가 좌장을 맡아 발제 및 토론 진행을 이끌었으며, 대한법의학회 및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를 비롯한 여러 유관 단체 및 기관에서 청중으로 참석하였습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대한법의학회 김장한 회장(울산대학교/서울아산병원)은 우리나라의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수년 내에 변사사건이 폭증할 것을 우려하며, 검시제도 개선을 통해 검안의 정확성을 높여 변사사건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법체계와 맞지 않는 영미법의 전담 검시제를 추구하는 것보다는 대륙법계의 겸임 검시제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현실에 필요한 요소를 선택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을 제안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법안의 본래 목적은 법의관의 자격을 규정하고 인력 양성과 시설 및 제도 정비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명문화함으로써 검안 및 부검 절차를 체계화하는 것인데, 핵심 내용이 아닌 부가적 규정으로 인해 입법 자체가 미루어지는 상황을 함께 지적하였습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우리나라의 열악한 법의학 현황과 검시제도 및 법의관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지난 20년간의 노력을 소개하며, 변사사건의 정확한 해결을 위한 사법기관의 참여뿐만 아니라 의료시스템 밖에서 발생하는 국민의 사망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적극적 관심을 촉구하였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현재 발의된 법의관법은 국가공무원으로서의 법의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공무원 선호가 낮아지고 경제적 보상과 워라밸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그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다만 법 제정을 통해 법의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법의학자들의 처우 개선과 후학 양성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양경무 법의학부장 역시, 오랜 경험에도 불구하고 현 제도 하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변사사건을 해결하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국가에서 법의학 역시 의대생 및 의사가 기피하는 필수의료 중 하나임을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성경은 사무관(송양은 과장 대리 참석)은 법의학 인력 양성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전공의 및 전문의 제도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한국법제연구원 배효성 박사는 법의관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 발의안에서 법의관 및 검시보조자가 공무원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직무 및 벌칙에 있어서 관련 법률과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경찰 및 법무부를 각각 대표하여 참석한 경찰청 과학수사기획계 김정민 계장과 법무부 형사법제과 장태형 검사는 검시제도의 개선과 이를 위한 법의관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관련 인력의 규모가 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한편, 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과 10.29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공동주최하였고, 더불어민주당의 진선미 의원 외 17명의 의원과 정의당의 장혜영 의원,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이 공동주최에 이름을 올렸으며, 당일 현장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박광온 의원도 참석하여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단 한 명의 의원도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고, 여러 연자들도 검시제도의 개선은 여・야의 정치적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공동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소회를 남겼습니다. 또한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에서는 발언 기회를 통해, 본 발의안을 계기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인권 보장의 기반이 되는 검시제도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환기되기를 바라며, 여러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법의학 실무에 종사하는 전문가들 역시 일상의 작은 업무에서부터 사망자뿐만 아니라 그 유족을 비롯한 국민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는 세심함을 갖추기를 바란다고 당부하였습니다.